2026년 2월 말, 세계는 숨을 멈췄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선제 공습을 단행했고, 이란은 즉각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것으로 맞섰는데요. 국제 유가는 순식간에 배럴당 114달러를 돌파했고, 불과 며칠 사이에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이 요동쳤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질문이 있습니다. 중동 한복판의 전쟁이, 어떻게 서울 마트 계산대 앞에 서 있는 우리의 지갑을 직격하는 걸까요? 그 답은 지도 위의 단 33킬로미터 안에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33킬로미터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 사이에 끼어 있는 좁고 긴 바닷길입니다. 가장 좁은 구간의 폭이 불과 33킬로미터 남짓인데요. 서울에서 수원까지의 거리보다도 짧습니다. 그런데 이 작은 물길 하나가 전 세계 에너지 수급의 핵심 동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약 2,000만 배럴의 원유가 이 해협을 통과하는데, 이는 전 세계 해상 석유 무역량의 4분의 1 이상에 해당합니다.
석유만이 아닙니다. 비료 산업의 핵심 원료인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 농업에 필수적인 요소와 황 수출의 거의 절반이 이 해협을 거칩니다. 다시 말하면, 호르무즈가 막히는 순간 식량 생산에 필요한 비료 공급도 흔들리고, 전기를 생산하는 가스도 부족해지며, 공장을 돌리는 연료도 사라지는 연쇄 충격이 시작되는 셈이죠. 마치 심장에서 나오는 대동맥 한 곳을 손가락으로 막는 것과 같은 효과입니다.
그리고 2026년 3월, 실제로 그 손가락이 움직였습니다. 이란 혁명 수비대 고위 관리는 “해협을 지나는 어떤 선박에도 불을 지를 것”이라고 공언했고, 실제로 유조선들이 공격받으며 150척 이상의 화물선이 발이 묶이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33킬로미터는, 이렇게 전 세계를 볼모로 잡았습니다.
트럼프가 불을 붙인 뇌관, 2026년 이란 전쟁의 타임라인
이번 사태가 갑자기 터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긴 도화선이 이미 불붙어 있었습니다. 2025년 말부터 이란 내부에서는 경제 위기와 화폐 가치 폭락에 분노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었는데요. 이란 정부가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1월 초 “군사 개입 준비 완료”를 선언하며 항공모함 전단을 중동으로 이동시키기 시작했습니다.
2월에는 한편으로 오만에서 미국과 이란 사이의 핵 협상이 진행됐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군이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중동 군사력 증강에 착수했습니다. 협상 테이블과 전쟁 준비가 동시에 진행되는, 아슬아슬한 이중 구조였죠. 2월 27일, 오만 외무장관이 “평화가 손에 닿을 거리에 있다”고 선언하던 바로 그 다음 날 새벽, 미국과 이스라엘은 ‘장대한 분노 작전’의 개시를 명령했습니다.
공습은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를 포함한 수뇌부를 겨냥했고, 이란은 즉각 수백 기의 드론과 탄도 미사일로 보복에 나섰습니다. 걸프 전역의 미군 기지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 주변국들도 공격 대상이 되었는데요. 전쟁이 시작된 지 불과 며칠 만에, 국제 유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며 배럴당 114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카타르의 세계 최대 LNG 생산 시설도 이란의 보복 공격 대상이 됐고, 전 세계 가스 가격도 함께 솟구쳤습니다.
왜 한국 마트 물가가 흔들리는가
한국은 중동 의존도가 세계 최상위권에 속하는 나라입니다. 국내에서 쓰는 원유의 70% 가까이를 중동에서 들여오는데요. 그 원유가 바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서 옵니다. 유가가 오르면 가장 먼저 주유소 기름값이 오르지만, 사실 충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운송비, 제조 원가, 냉난방 비용이 연쇄적으로 뛰고, 그 영향은 결국 모든 상품의 가격표에 스며들게 됩니다.
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식탁 물가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전 세계 요소와 황 수출의 절반가량이 호르무즈를 통해 공급되는데, 이 원료들은 비료 생산에 없어서는 안 됩니다. 비료 공급이 끊기거나 가격이 폭등하면, 농산물 생산 비용이 올라가고, 그 여파는 밀, 쌀, 채소 등 기초 식품 가격으로 이어집니다. 유엔 세계 식량 계획과 경제 분석가들이 이미 “전 세계 식료품 가격의 장기적이고 상당한 상승”을 경고하고 나선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LNG 공급 차질도 한국에는 직격탄입니다. 한국은 전력 생산의 상당 부분을 LNG 발전에 의존하고 있어, 가스 가격이 오르면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바로 뒤따릅니다. 전기요금이 오르면 공장 가동 비용이 늘고, 그 부담은 다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됩니다. 결국 중동에서 총성이 울릴 때마다 한국 소비자들은 마트 계산대, 주유소, 공과금 고지서에서 그 여파를 고스란히 체감하게 되는 구조인 셈이죠.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파급 시나리오
단기 충격: 에너지 가격의 폭주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의 시나리오를 두 단계로 나눠 설명합니다. 첫 번째 단계는 즉각적인 에너지 가격 급등입니다. 이미 배럴당 114달러까지 치솟은 유가는 봉쇄가 지속되면 15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1970년대 오일쇼크 때처럼 공황적 사재기와 공급 부족이 겹치면, 가격 상승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수 있습니다. 카타르 에너지 장관이 “이것은 세계 경제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공개 경고하고 나선 것도 과장이 아닙니다.
중장기 충격: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의 악순환
두 번째 단계는 더 무서운 시나리오입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지속되면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재점화로 이어지고, 이를 잡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뒤따릅니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투자와 가계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는데요. 에너지 가격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부르고,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 금리 인상이 경기를 꺾는 이 악순환은 2022년 전 세계가 한 차례 이미 경험한 공포입니다. 분석가들은 “2022년 식량 위기의 재판”을 우려하며 신흥 시장과 저소득 국가들에서 특히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지적합니다.
한국 경제의 특수한 취약성
한국 경제는 이 충격에 특히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에너지 자급률이 낮고, 수출 의존도가 높으며, 제조업 비중이 큰 한국은 에너지 가격 급등의 영향을 다방면으로 받습니다. 원자재 수입 비용이 오르면 기업 수익성이 나빠지고, 원화 가치 하락 압박이 커지며, 수입 물가 상승이 국내 소비자 물가에 빠르게 전이됩니다. 2022년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을 때 한국의 소비자물가가 6%를 넘어섰던 기억을 떠올려 보시면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질문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중동에서 또 전쟁이 났다”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구조적 취약성, 특정 지도자의 결정이 전 세계 수억 명의 생활비에 미치는 파장, 그리고 에너지 전환이 더디게 진행되는 동안 우리가 계속 짊어져야 할 지정학적 리스크를 동시에 들여다보는 계기이기도 한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군사 행동을 지시할 때마다, 그 결정의 여파는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서울의 주유소, 마트, 공과금 고지서에 닿습니다. 33킬로미터의 해협이 품고 있는 이 기묘하고도 촘촘한 연결고리는, 글로벌 경제 시대를 사는 우리가 중동의 지도를 외면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 33킬로미터의 바닷길을 주시하는 일이, 나의 지갑을 지키는 일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두시길 바랍니다.